【90년대 서양 영화】주제가·삽입곡. 추억의 명곡들
90년대의 서양 영화는 메이저 블록버스터가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하는 한편, 이른바 미니시어터 계열의 영화가 인기를 모았다는 점이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할리우드의 대작 영화이든, 서브컬처적 관점에서 사랑받은 인디 영화이든, 그곳에는 훌륭한 음악이 함께했죠.
본 글에서는 그런 90년대 서양 영화에서 사용된 주제가와 삽입곡에 주목하여, 거장 뮤지션이 맡아 대히트한 곡부터 인디 씬 아티스트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명곡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소개합니다.
90년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니, 젊은 영화·음악 팬들도 꼭 체크해 보세요!
[90년대 서양 영화] 주제가·삽입가. 추억의 명곡들 (1~10)
SheElvis Costello

엘비스 코스텔로 하면, 1977년 영국의 펑크 붐 한가운데서 데뷔해, 뛰어난 송라이팅을 무기로 뉴웨이브 감각으로 수많은 명반을 발표한, 브리티시 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아이돌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코스텔로지만, 여기에서 소개하는 히트곡 ‘She’로 그의 존재를 알게 된 분들은 어른스러운, 성숙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아티스트라는 이미지가 더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999년에 공개된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노팅 힐’의 주제가이자 삽입곡으로, 절절하게 노래를 끌어올리는 코스텔로의 보컬과 품격 있는 스트링으로 채색된 이 곡을 들으면, 영화 본편 속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겠지요.
‘She’는 코스텔로의 오리지널 곡이 아니라, 프랑스가 자랑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로도 유명한 샤를 아즈나부르가 1974년에 부른 ‘Tous les visages de l’amour’의 커버입니다.
‘잊지 못할 그 얼굴’이라는 일본어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노팅 힐’에서는 국가에 따라 오프닝 곡으로 이 오리지널 버전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Shape of My HeartSting

장 레노가 연기한 고독한 프로 킬러 레옹과, 당시 12세였던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불행한 가정사와 과거를 지닌 소녀 마틸다라는 이색 콤비가 주연을 맡은 영화 ‘레옹’은 뤽 베송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대히트를 기록한 명작입니다.
이야기 설정이나 두 인물의 캐릭터상은 일본의 크리에이터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느껴지네요.
그런 명작 ‘레옹’의 주제가라고 하면, 더 폴리스의 프런트맨으로 활약하고 솔로 아티스트가 된 뒤에도 세계적인 히트를 이어가고 있는 영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스팅의 ‘Shape of My Heart’입니다.
1993년에 발매된 앨범 ‘Ten Summoner’s Tales’에 처음 수록되었고, 같은 해에 싱글로도 컷되어 일본에서도 히트를 기록한 명 발라드죠.
당시에는 본국 영국에서는 그다지 큰 히트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영화에 기용된 것도 있어 이후 스팅의 곡들 가운데서도 클래식한 명곡으로 높이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애수를 머금은 멜로디와 스팅 특유의 일筋縄ではいかない 가사는 ‘레옹’의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결말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죠.
여담이지만, 인상적인 클린 톤 기타 리프는 주스 월드의 곡 ‘Lucid Dreams’에서 샘플링되기도 했습니다.
I Don’t Want to Miss a ThingAerosmith

1990년대 서양 영화의 주제가들은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시작으로 장대한 명 발라드가 다수 탄생했다는 인상이 강한데, 세계적인 록 밴드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 역시 그 대표적인 곡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 3월, 안타깝게도 배우 은퇴가 발표된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대히트 영화 ‘아마겟돈’의 주제가로, 1970년대 데뷔 이후 이미 긴 커리어를 쌓아온 에어로스미스에게는 놀랍게도 이 곡으로 밴드 역사상 최초로 미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스티븐 타일러의 열창이 빛나는 흠잡을 데 없는 정공법의 정통 록 발라드이지만, 사실 이 곡은 타일러와 기타리스트 조 페리의 송라이팅 콤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외부 작가로 영입된 다이앤 워런이 작사와 작곡을 맡은 작품입니다.
베테랑 록 밴드가 일부러 외부의 히트 메이커에게 곡을 제공받는 유연한 자세가 있었기에 탄생한 주옥같은 명곡이라 할 수 있겠지요.
I Will Always Love YouWhitney Houston

90년대에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한 외화의 주제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휘트니 휴스턴의 영원한 명곡 ‘I Will Always Love You’일 것입니다.
휘트니 본인이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출연하며 영화 첫 출연을 이룬 1992년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으로, 데이비드 포스터가 편곡을 맡았고 휘트니가 부른 주제가와 삽입곡들이 수록된 사운드트랙은 전 세계에서 4,500만 장이 팔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발라드의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곡을, 경이로운 가창력으로 영원한 것으로 만든 휘트니의 목소리는 어느 시대이든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지지요.
사실 이 ‘I Will Always Love You’는 휘트니의 버전이 오리지널이 아니라, 미국이 자랑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돌리 파튼이 1974년에 작사·작곡한 곡입니다.
느긋한 컨트리 뮤직 스타일의 오리지널 버전 ‘올웨이즈 러브 유’도 꼭 체크해 보세요!
Stay (I Missed You)Lisa Loeb

1990년대에 청춘을 보냈고 동시대의 팝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분이라면,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싱어송라이터 리사 로브를 알고 계실 겁니다.
현재도 일선에서 활약하는 그녀의 출세작이라 하면, 이른바 X세대를 그려낸 벤 스틸러의 첫 연출작 ‘리얼리티 바이츠’의 주제가로 기용된 ‘Stay (I Missed You)’를 꼽을 수 있지요.
영화에 출연한 에단 호크와 리사가 친구였던 인연으로 그녀의 곡이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었고, 당시에는 레코드사와의 계약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운 곡이기도 합니다.
당시 리사의 사생활에서 연애에 관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가사와 더해, 경쾌한 포크 팝이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와 어딘가 애잔한 분위기를 풍기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흔들리는 감정에 맞춰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리사의 보컬도 훌륭하며, 영화의 추억과 함께 이 곡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Born SlippyUnderworld

할리우드의 대작 영화뿐만 아니라, 이른바 단관계라고도 불리는 미니시어터에서 상영되는 타입의 영화가 크게 주목받았던 것도 90년대 외화 컬처의 특징입니다.
그런 작품들에는 얼터너티브나 인디 아티스트와 밴드의 곡이 사용되어 인기를 모았는데, 1996년에 공개된 영국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타이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충격적인 영상으로 파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들을 그려냈고, 한때 시부야의 미니시어터계를 이끌었던 시네마라이즈에서 8주에 이르는 롱런을 기록하며 당시 미니시어터의 역사에 이름을 새긴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무명 시절의 이완 맥그리거의 출세작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신구 아티스트가 참여한 사운드트랙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라스트 신에서 흐르는 테크노 음악을 대표하는 유닛 언더월드의 ‘Born Slippy’는 그들의 출세작이자 테크노의 역사에 남을 명곡입니다.
사실 이 곡, 영화에서도 사용되어 잘 알려진 버전은 1995년에 발매된 ‘Born Slippy’의 B사이드 곡 ‘Born Slippy Nuxx’입니다.
현재는 이 버전이 사실상 ‘Born Slippy’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Miss MiseryElliott Smith

인디펜던트 영화에서 인기를 얻고, 할리우드 진출 후에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명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장 거스 반 산트가 감독을 맡고, 무명 시절의 매트 데이먼이 출연뿐 아니라 각본까지 집필한 1997년 개봉작 ‘굿 윌 헌팅’은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고, 함께 출연한 로빈 윌리엄스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은 명작이다.
그 명작의 주제가로 채택된 곡이, 당시에는 아는 사람만 알던 아티스트였던 엘리엇 스미스의 ‘Miss Misery’이다.
스미스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내성적이면서도 다양한 은유를 활용한 가사를 축으로 한 뛰어난 팝송으로, 이런 곡이 영화의 주제가로 쓰인 것도 90년대다운 면모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서른네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엘리엇 스미스는 이제는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 젊은 음악 팬들에게도 존경받는 존재가 되었지만, 히트마이저라는 밴드 활동과 솔로로 인디에서 두 장의 앨범을 냈을 뿐이던 스미스에게 직접 사운드트랙을 의뢰한 거스 반 산트의 확고한 심미안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스미스는 이 곡을 계기로 인지도를 높이고 메이저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그에게 행복한 일이었는지는 뭐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It Must Have Been LoveRoxette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의 명작 ‘프리티 우먼’이라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로이 오비슨의 주제가 ‘Oh, Pretty Woman’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스웨덴 출신 듀오 록셋트가 부르고 영화의 극중가로 사용되어 대히트를 기록한 ‘It Must Have Been Love’입니다.
원래는 1987년에 크리스마스 송으로 발매된 오리지널 버전이었는데, 영화의 극중가로 재녹음하면서 가사 중 ‘크리스마스’라는 표현도 바꿔 새로 발표한 사연이 있죠.
이미 자국 스웨덴에서 인기 그룹이었던 그들에게 이 곡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계기가 되었고,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도 ‘사랑의 온기’라는 일본어 제목으로 싱글 CD가 발매되었습니다.
시원하게 뻗는 하이 톤이 상쾌한 멜로디, 발라드이면서도 힘 있는 리듬과 귀에 남는 간결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명곡입니다.
이 곡이 극 중 어디에서 흐르는지 아는 분이라면, 들을 때마다 영화의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뭉클해질 것입니다.
Til I Hear It From YouGin Blossoms

1990년대에 레코드 가게에 들락날락하던 분들은 물론, 2020년대인 지금도 레코드에 애착을 가지고 매장에 직접 사러 나가는 젊은 세대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법한 명작 영화 ‘엠파이어 레코드’.
1995년에 개봉했으며,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의 딸로 ‘아마겟돈’ 등으로 알려진 리브 타일러가 10대 시절에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개성 넘치는 점원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와 학교 축제 같은 분위기의 스토리 전개는, 사소한 건 제쳐두고도 즐거운 기분을 들게 하죠.
레코드 숍이 배경인 만큼, 본작의 사운드트랙에는 많은 90년대 서양 음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메이저급보다는 인디~얼터너티브 록에 컬리지 록 계열의 아티스트와 밴드가 많아, 당시의 외국 음악 씬을 깊이 알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하죠.
이번에는 사운드트랙의 1번 트랙으로 수록된 진 블로썸스의 명곡 ‘Till I Hear It From You’를 다뤄봅니다.
하드한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이 인기를 끌던 90년대에 상쾌한 기타 사운드로 큰 히트를 기록한 그들이 1995년에 발표한 곡으로, 사운드트랙의 리드 싱글로 사랑을 모았습니다.
애잔함이 서린 인트로의 기타 아르페지오와 서글픈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노스텔지어에 젖게 됩니다.
I Can See Clearly NowJimmy Cliff

2022년 2월,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일본 TV 계열 ‘금요 로드쇼’에서 명작 영화 ‘쿨 러닝’이 방영되어 SNS 등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은 아직도 생생하죠.
1993년에 공개된 ‘쿨 러닝’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단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코미디 터치의 스타일로 웃음과 감동을 모두 담아 지금도 굳건한 인기를 자랑합니다.
자메이카 팀을 테마로 한 만큼, 극 중에는 많은 레게 사운드가 사용된 점도 특징적이며, 여름 느낌의 레게와 설경이라는 언뜻 상반된 대비가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죠.
그런 명작 영화의 주제가는 자메이카인 레게 가수의 산증인, 지미 클리프의 ‘I Can See Clearly Now’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은 미국 출신으로 레게 가수로 크게 성공한 조니 내시가 1972년에 직접 작곡 등을 맡아 발표한 곡으로, 스탠더드 넘버로 사랑받는 명곡이죠.
가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영화의 테마는 물론 지미의 다정한 보컬과 멜로디에서 넘치는 긍정적인 바이브를 포함해 ‘희망을 품고 앞을 향해 살아가자’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